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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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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유형단행본
서명/저자사항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개인저자Arendt, Hannah
김선욱
정화열
발행사항파주: 한길사, 2007(c2006).
형태사항418 p.: 도판; 23 cm.
총서사항한길그레이트북스=Hangil great books; 81.
부분표제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대등표제Eichmann in Jerusalem : Ein Bericht von der Banalitat des Bosen
ISBN9788935656615
8935656615
일반주기 해제: 정화열
서지주기참고문헌: p. 405-409
서지적 각주 수록
찾아보기: p. 411-418
주제명(개인명)Eichmann, Adolf1906-1962
분류기호940.5318
언어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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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서평
악의 평범성, 사유하지 않음의 죄 [ 000000201710824 | 2020.10.31 ] 5 | 추천 (2)  댓글달기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사회의 혐오를 마주하게 된다. 지역혐오, 여성혐오, 혹은 노인, 아이를 향한 혐오 등 누군가를 비하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향한 욕을 한다거나, 타인을 비난하기 위해 타인의 행위가 아닌 약자성을 욕보이는 행위 등이다. 그러나 이런 혐오 발언은 보통 혐오의 대상을 욕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말의 어원을 알려주면 깜짝 놀라며 그런 뜻이었는지 되묻는 이도 있다. 특정 집단을 욕보이기 위해 하는 것보다는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거다. 모두가 즐거워하니까, 언뜻 보았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니까. 그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자세히 보면 문제가 많은데도 깊게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런 것은 잘 눈에 띄지 않으니 그냥 넘겨버린다.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면 누군가는 “몰라서 한 것이 죄가 되느냐”하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자신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는데도 죄가 되느냐는 것이다. 몰랐다고 해서 이미 저지른 행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지 못했다는 이에게 선뜻 강한 비판을 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복잡한 물음에 대해서 한나 아렌트의「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보고서를 통해 답을 내놓고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독일계 유대인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묘사한 책이다. 총 15개의 보고서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악이란 우리가 상상하는 어떤 특별하고 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변에 녹아있는, 아주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히만은 세계 2차대전 당시 나치당원으로서, 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이송하는 이송전문가였다. 그 당시 나치는 자신들의 극악무도한 행동을 숨기고 사람들의 감정적 동요를 막기 위해 ‘언어규칙’을 사용했는데, 예를 들어 유대인에 대한 추방을 ‘재정착’이라고 부르거나 학살을 ‘최종 해결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었다. 이런 언어규칙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던 것은 당시 높은 계급의 나치당원들 뿐이었기 때문에 아이히만은 이러한 ‘언어규칙’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히만도 결국 ‘최종 해결책’으로 총살을 당하거나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무수히 많은 유대인들의 시신을 마주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그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히만은 나치의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아이히만은 이를 두고 히틀러 지배 하에서 상부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어기는 것이 자신에게는 오히려 죄라고 이야기했으나, 이것은 변명일 뿐이었다. 실제로 아이히만을 비롯한 다른 몇 명의 당원들은 때때로 상부의 명령을 어겼으나 이에 대해 큰 징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히만은 이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것이 자신의 일이었기 때문에 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악무도한 행태는 아이히만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어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사유, 타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가 결여되어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치의 행위에 대하여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소임만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을.”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아이히만의 무사유를 비판한다. 아이히만은 타자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능력이 없는 인간이었기에 나치의 행위에 대해 비판할 능력도,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도덕적 행위를 수행할 능력도 없었다. 아이히만이 태연하게 재판장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유대인 학살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치 전범의 행위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 독일의 젊은이들 때문이었다. 무사유, 이것이 아이히만의 가장 근본적인 죄였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사유하지 않은 죄를 비판하면서, ‘우리 모두의 안에 아이히만’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거듭해서 생각하고 사유하고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언제든 우리도 아이히만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며 선하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폭력은 사랑과 같이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의 행동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선하게 살고자 하더라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별한 사람만이 악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각해야 한다. 요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 특히 약자나 어떤 한 집단을 향해서 벌어지는 범죄는 타인에 대한 사유가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대부분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하며 지나치게 ‘평범’하다. 마치 아이히만처럼.

 

우리는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수행할 때 그 행위가 타인에게 미칠 영향력, 즉 타인의 관점에서 사유하고 타인에게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이해와 감정이입이 없는 삶은 결코 옳은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우리 내면의 아이히만을 언제나 경계하면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서평입니다.(존재론적 입장에서 비판받는 말이긴 하지만) 무심코 내뱉는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서평가님의 말씀대로 우리 내면의 아이히만을 항상 경계하는 삶을 살아야겠네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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